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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갔다. 산티아고 가는 길..

나도 갔다. 산티아고 가는 길...

어찌어찌하여 6년만에 먼여행을 떠나게 됐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보고 나도 38에 이탈리아에 가려고 했는데 이제 38도 지나 버렸다. ㅠㅠ

작년부터 친구랑 어디라도 가볼까..  맨날 얘기만 꺼내다가 드뎌 5월에 목적지를 정했다.

난 이태리 토스카나 지방에 대한 로망이.. 친구는 산티아고에 대한 간절한 로망이 있었다.

스페인 산티아고는 여행기 정도는 봤지만 뭐 꼬옥 가고싶다할 정도는 아니었음에도

한살이라도 어릴때 힘든 여행을 해보자 싶어 특별한 동기 없이 산티아고행을 결정했다.

9월쯤 가기로 하고 6월에 항공권 예약..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대략적인 일정은

파리로 들어가 루르드 들렀다가 프랑스 길을 걸어 산티아고 도착.   그리고 피네스테레 잠깐 들렀다가

포르투갈의 포르투, 파티마, 리스보아 거쳐

다시 스페인의 마드리드, 세비야, 론다, 말라가, 프리힐리, 네르하, 그라나다, 바르셀로나

그리고 친구네 삼촌이 계신 카나리아 제도의 라스팔마스 다시 바르셀로나에서 도하거쳐서 인천으로..

 

이렇게 어렵게 일정을 짜놨는데 여행이란게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다는거...

또 2달이면 넉넉하리라 생각해서 60일짜리 항공권을 끊어놨는데 일정을 짜다 보니 날짜가 너무 모자란다..ㅠㅠ

빠리에서부터 아니 스페인에 간다고 얘기한 날부터 오매불망 기다리시는 삼촌의 성화에

우리의 여행 일정은 대폭 수정 된다.

그래서 안달루시아 지방은 거의 패스했고 3박4일 정도 잡았던 라스팔마스에서는 일주일이나 있게 됐다.

최종 우리의 여행 일정은

인천 --> 도하 --> --> 루르드 --> 프랑스길로 산티아고까지 --> 피네스테레, 묵시아 --> 산티아고 -->

포르투 --> 파티마 --> 리스보아 --> 세비야 --> 라스팔마스 (그란카나리아) -->

마드리드, 톨레도, 세고비아 --> 바르셀로나 --> 도하 --> 인천 

이렇게 60일간의 좌충우돌 행적들을 수다로 풀어 놓으려 한다. 

좌 충 우 돌..    이 단어가 어찌나 이번 여행에 어울리는 단어인지 새삼 이글을 쓰면서 느낀다.

같이 간 친구도 그렇겠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때 처럼 좌충우돌해 본적도 없는듯 하다. ㅋㅋ

 

  

 

 

--> 여행 준비하면서..

일단 친구는 산티아고가는 길에 대한 정보 수집.

난 그 밖의 도시들에 대한 정보 수집 및 이동방법에 대해 알아 보기로 했다.

자료는 너무나 많고 그저 메모리 용량이 부족할 뿐... ㅠㅠ   시간은 또 어찌나 빨리 가는지.. ㅠㅠ

여행하면서 짐을 줄이기 위해 웬만하면 기존에 쓰다가 낡은것들을 가져가서 버리고 려고 했는데

날짜가 점점 다가 오고 이것저것 구입하는 친구를 보니 나두 그냥 가면 안될것 같아 뒤늦게 쇼핑질에 나섰다.

우와~ 이번에 아웃도어 용품의 세계가 얼마나 넓고, 다양하고, 전문적인지 새삼 깨달았다.

까미노에서 가장 중요한 배낭과 신발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물론 난 동생이 엄마한테 선물한 새 트래킹화 협찬 받음.... --;;

 

다음은 까미노를 위해 새로 구입한 또는 협찬 받은..   꼬~옥 필요한 물건들이다.

- 배낭 : 오스프리 아트모스 35  (동생 협찬.  배낭은 역시 오스프리.  그레고리가 훨~~씬 이뻤만  훨씬 비싸서..ㅠ)

* 나름 TIP : 친구는 아트모스의 여자 버젼인 아우라 50을 구입했는데 난 가방이 크면 많이 넣을것 같아서 무겁게 안다닐려고..

   또 우리나라 산에 다닐 경우엔 작은게 더 유용할것 같아서 35리터로 샀다.

   근데 35리터일 경우 짐을 아무리 줄여봐도 침낭 공간이 안나와 배낭 뒤에 걸고 다녀야하는데 스타일이 좀 안난다는거.. --;

   이런거 신경 안쓴다면 35리터도 괜찮다.  일반 산행에 두루두루 사용할 수 있으니까...

   난 남동생이랑 같이 사용하려고 아트모스 M 사이즈로 샀는데 나한테는 좀 크긴 컸다.

   같은 M 사이즈라도 친구는 여자용 배낭이라선지 등판이 아트모스보다 짧아서 50리터 임에도 몸에 착 붙더라고.. 

   그래서 배낭은 이왕이면 착용해보고 사는게 좋을듯함.

   오스프리 배낭으로 결정하는데도 시간 많이 걸렸고 여러 모델을 추려서  엑서스랑 뉴스트라토스, 케스트럴 중에서

   아트모스로 정하는데도 며칠 걸렸드랬다. 휴~  

   결론은 전문회사 제품이 좋다는거..  또 인기 모델은 다 이유가 있다는거.. ㅎㅎ 

- 침낭  그라나이트기어 Rock500 (동생 협찬)

         300을 사려다가 10월이면 밤에 추울까해서 500으로 샀는데 살짝 덥기도 했지만 추운것 보다 나으니까 만족..

- 신발 깔창  로드러너 (TULI`S ROAD RUNNERS)    강추!!  

- 무릎 보호대   혹시나 해서 챙겨 갔는데 다녀와서 보니 꼭 필요하다. 발목 보호대도..

- 스패츠  제일 싼걸로.. 이번에 첨 들어본 물건인데 신발이 방수가 돼도 바지단이 젖으면 신발도 결국 같이 젖게 된다.

            그래서 비 올때 꼭 필요하다.   신발이 젖음 곤란하거든..  근데 이번에 비가 거의 안와서 한번도 사용 못했다.       

- 등산모자  라푸마 (J양 협찬)  고어텍스 겸 쿨맥스로 디자인도 이쁘고 무엇보다 창이 넓어서 좋다.  창은 꼭 넓어야함. 자외선!!

- 비옷   밀레꺼 (H양 협찬) 쟈켓 타입.  판쵸 타입은 바람 불때 마구 휘날린다고해서..   

- 버프   몽벨 (S양 협찬) 이왕이면 자외선 차단 되는 버프 좋음.   오리지날 버프가 스페인꺼라서 스페인에서 꼭 살려고

          했는데 전문매장이 아닌곳에 가서인지 가격도 우리나라랑 비슷했고 결정적으로 디자인이 이쁜게 없어서 안샀다.

- 스포츠 속옷   매일 빨아야 해서 쿨맥스 소재로 빨리 마르는게 좋다

- 의외로 너무 요긴했던건 장갑.  목장갑 강추ㅋㅋ 장갑 안끼면 아침,저녁으로 손도 시리무엇보다 엄청 탄다.

 꽃무늬 목장갑이었는데 싸고 손바닥에 미끄럼 방지 실리콘이 있어서 스틱 잡기도 편하고 잃어버려도 아쉽지 않고 무지 좋음ㅎㅎ

- 등산 스틱  싼거 하나 사서 갈려다가 나름 또 들은게 있어서 생장에서 산티아고 지도가 찍힌 스틱을 26유로 정도에 샀다.

   2개 한 세트를 살까 그냥 하나만 살까를 또 고민하다가 그냥 하나만 샀는데..  정석으로 할려면 양쪽으로 사용하는게 좋겠지만

   이 또한 짐인지라 하나만 샀다.  근데 지팡이 용도로 너무 요긴하게 잘 썼다는거.. ^ ^

- 스틱타입 자외선 차단제  스틱타입은 이번에 처음 사용해 봤는데 너무 유용했다.

   수시로 덧발라야 하는데 그때마다 짜서 쓰기에는 손이 더러울 경우도 있어 위생상에도 안좋고 고르게 발렸는지 거울도

   봐야하지만 이건 주머니에 넣고 걸어다니면서 슥슥 그냥 문지르면 그만이었다.

 

D-day 한달을 앞두고 이렇게 계획에도 없던 용품들을 구입하고 준비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버렸다.

그  래  서..        

충분한 준비도 못 한채 그냥 출발.    이래서 매번 비행기에서 열공 모드다  -_-

 

--> 몸 만들기.

걷는건 좋아하지만  사실 난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등산도 10여년전 소백산,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뭐 이런데 한번씩 가보고는 안갔다.

다들 까미노를 위해 열심히 운동도 하더만  난 그냥 지금 이대로의 몸과 마음으로 부딪혀 보고 싶었다.

운동을 안한 상태로 가면 물론 몸이 더 힘들겠지..

그 또한 평소 관리에 소홀했던 나에 대한 벌이라 생각하고 그 벌을 달게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리고 굳이 힘든 상황을 미리 경험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ㅋㅋㅋ    어차피 힘들꺼...ㅋㅋ

경험해 보니 모든게 복불복이더라.

운동 전혀 안하고 평소 몸도 안 좋았다는 50대 후반 아줌마는 발에 물집 하나 안잡히고도 잘 다니셨고

갖은 등산과 해외 트래킹까지 다녀온 사람도 발목, 어깨 아프고 물집 잡혀 고생하기도 하더라고...

결론은 절대 무리만 안하면 된다는거.

암튼 난 한강 몇번 다니고 대관령 한번 다녀오고 까미노로 향했다.

 

--> 의외의 복병

가기전엔 물집, 근육통을 걱정했는데 의외의  가장 강력한 복병은 베드벅 (빈대)이었다.

참나..   21세기에 빈대에 시달리다니...ㅠㅠ

사실 여행 준비하면서 그 심각성을 별로 못 느꼈다.

빈대 시달렸다는 사람들이 아주 가끔 있었기에.. 그저 대비 차원에서 매트리스를 감쌀 비닐시트만 준비해 갔다.

그런데..    1/4 지점에서 부터 친구가 빈대에 물려 고생했다.   매트리스에 시트를 깔고 잤음에도..

약 먹고 바르고 병원가고..    또 물리고..   약 먹고 바르고 병원가고..

나중엔 나도 물리긴 했는데  유독 잘 물리는 사람들이 있고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에겐 심각하기도 하다.

암튼 난 독한 모기한테 물린 정도 박박 긁어서 흉터만 남은 정도인데 친구는 한동안 스트레스 많이 받았드랬다.

속설에 의하면 서양인 보다는 동양인,  남자보다는 여자,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 든 사람이

빈대의 주 공격 대상이라고 한다.      나이 많은것도 서러운데 빈대까지..ㅠㅠㅠ

처음엔 친구가 온몸을 비롯해 얼굴까지 많이 물려 우린 사람들 눈을 피해 다녔는데..

말을 안해서 그렇지 사람들 거의가 빈대에 시달리고 있었다.  외국 젊은 남자애들도...

정도가 심하고 덜할 뿐이었지 이번에 만난 한국 사람들 88% 정도는 빈대에 물린 경험들이 있었다.

한 사설 알베르게에서는 여자만 6명 묵었었는데 마지막에 들어온 한명이 빈대 때문에 알베르게에서 쫓겨났었다.

우리 빼고 4명중 한명이 알베르게 주인한테 말 한거다.   그때 친구는 한차례 홍역이 지나간 후여서 다행이었지만..

암튼 빈대 심각하다

그런데 안심하시라...  작년 워낙에 빈대가 많았던지라 올해는 좀 잠잠하지 않을까??

방역을 단단히 했겠지.

스페인 북부지역 경제에 '산티아고 가는 길'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정부차원에서 신경쓰지 않았을까??  

알베르게 차원에서도 신경 많이 쓸것 같은데...  물론 내 생각 ㅋㅋㅋ

그리고 외국 사람들은 알베르게 담요도 덮고 매트리스에 그냥 눕거나 침낭만 깔고 편히 자던데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나 여자들은 거의 판쵸 우의를 깔거나 뭔가를 깔고 침낭을 사용한다.

그런데도 물렸지..ㅠㅠ     

난 비닐시트를 깔았는데 추천은 못하겠다.

일단 몸 움직일때 마다  부시럭거려 눈치보였고 2층 침대에서 잘땐 미끄러질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나중엔 부직포 시트를 구해서 깔고 알베르게에 도착하자 마자 뜨거운 물에 담궜다가 말려서 사용했다.

사용해보니 부직포 시트가 괜찮은것 같다.  가볍고 잘 마르고 재활용 가능해서..

 

--> 살!!

예전 2달 배낭여행을 하고 2kg 빠졌었다.    난 워낙에 잘 찌지도 빠지지도 않는 체질이라 2달에 2kg 빠진건 엄청난거다.

요즘은 살을 빼는데도 돈이 엄청 드는지라..   여행도 하고 살도 빠지면 얼마나 좋아?? ㅋㅋ

또 까미노를 걷는 동안 10kg이나 빠졌다는 사람의 글도 본지라 이번에 우린 내심 기대를 많이 했었다.  

2~3kg 내지는 적어도 뱃살만이라도 좀 빠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그 런 데   웬걸..     2달만에 4kg이나 늘었다 ㅠㅠㅠ       내 인생에서 최고 체중을 기록!!  -_- ;

아니.. 매일 20km 넘게 걷는데 어찌 이럴수가 있냐고... ㅠㅠ     다행스러운건 우리만 그런게 아니라서 좀 위로가..  -.-  

까미노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부터 만난 2.30대 우리나라 여자들 거의가 서로 살쪘다고 아우성이었다.

아주머니들은 살도 많이 빠지고 뱃살도 들어갔다는데 젊은 여자들은 거의 체중이 늘었다.

나름의 분석 결과.. 조금 늘어난 활동량에 비해 너무 잘 먹고 다닌거지..ㅠㅠ   특히나 풀코스의 순례자 메뉴 ㅠㅠ

다이어트의 최고는 적게 먹고 운동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적게 먹고 운동 안하는거..   그 다음이 평소대로 먹고 운동하는거.. 

우리 같은 경우는 많이 먹고 운동한 케이스지..   이러면 살찐다 ㅠㅠ    근육과 함께한 튼실한 살.  떡대라고나..

다이어트를 하려면 일단  운동보다도  먹는게  가장  중요하다는걸  새삼  몸으로 깨달았다. ㅠㅠ

산티아고를 다녀온지 6개월이 지난 지금.    허걱 벌써...ㅠㅠ

암것도 안하고 평소대로 거의 현미밥을 먹었더니 3kg 빠졌다.

역시나  밥  최고.    한식.

그래서 결론은 까미노를 걸으면서 살이 빠질것이라는 큰 기대는 안하는게 좋다는거..

한 일행이 다이어트 한다면서 초반에 엄청 안먹고 다니던 사람들을 봤다는데

그 사람들이 나중엔 엄청 잘 먹고 다니더란 얘기도 또다른 사람한테 들었다.

스페인까지 와서..  힘들게 걸으면서..  먹는것까지 부실하면 뭔 낙이 있을까 싶네...

나의 지론은 몸이 원하는대로 먹자.. 주의다. 

식생활이 바뀌니 체중도 예전으로 되돌아 오더라.    아직 덜 돌아 왔지만.. ㅠㅠ

그럼에도 까미노를 걸으며 다이어트까지 하고 싶다면 순례자 메뉴를 멀리하라는거.. 

그렇지만 순례자 메뉴는 땡볕아래서 20km 이상을 걸어온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_-

 

 

--> 20대 중반인데 벌써 두번이나 까미노를 다녀온 친구가 있다.    아니 많이 동생... -.-

이 친구에게 세상은 넓고 갈데도 많은데 굳이 같은 곳을 두번이나 가냐고 얘기 했었는데 다녀온지 6개월이 지난 지금.  

까미노의 또다른 모습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추수가 끝난 황금빛의 밀밭을 봤었는데  지금은 푸르디 푸른..   끝없는 밀밭을 보고 싶다...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행도 유행이 있어서 요즘 산티아고 길을 걷는 사람들이 엄청 늘어 났다.

외국사람들도 한국사람들 엄청나다고 손을 치켜 세운다.

2011년 가을보다 2012년은 훨씬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 길을 걸을것이다.

순례라고 하긴 부끄럽고 여행을 좀 조용히 다녀왔다고나...

남들 가는 그 산티아고.

     나도 갔다.  산티아고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