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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갔다. 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 가는 길.. D7. Ayegui --> Sansol - 26.6km.

9월 27일 화요일.

Ayegui 알베르게에서 아침메뉴로 나오는 버터와 잼을 곁들인 빵과 까페 콘레체를 마시고 7시반쯤 출발.
아직 해뜨기 전인데 그 유명한 이라체 와인공장 앞에 도착해 버렸다.
낮술도 아니고 새벽술을 마시게 됐지 뭐야..ㅎㅎ
한쪽에서는 물이 나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와인이 나온다.
이는 이라체의 옛 순례자 병원에서 빵과 와인을 나눠주던 전통을 되살린 것이라고 한다.
이른 아침에는 안나온다고 했는데 그래도 쫄쫄 나오긴 하더라..
한 모금만 겨우 마시고 가던길을 서둘렀다.
완만한 산길이라 걷기에 좋다..   술 탓인지 기운이 펄펄나네..ㅎㅎ
사진에 있는 이 커플들을 따라 가다보니 거의 날아 가듯이 빨리 가게 됐다. 

 

역시나 술 탓인지..
가다보니 스카프가 안보이네...     여기 오기 전에 친구가 선물로 준건데..ㅠㅠ
까미노에서 절대 Back은 없다라는 다짐하에 오직 앞만 보고 가는 지라..
스카프를 찾기위해 단 몇 발자국도 되돌아 갈수는 없었다. 

사실 다짐이고 뭐고가 아니라..

한걸음 한걸음 힘들게 가는데 도저히 왔던 길을 되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후에도 쭈~욱
그런데 왠지 내 손에 다시 돌아올것 같은 그 느낌적 느낌..  

왠지 그렇더라..   여긴 까미노니까...   
근데 그 느낌은 틀렸다.   며칠 동안 미련을 못 버렸는데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ㅠㅠ     

 

 

 

 

                 

       

 

 

 

 

 

--> 멋지지??   저걸 넘어야 되나.. 하고 허걱 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멀리 산꼭대기서 부터 햇살이 밀려오는데 음지천국 . 양지지옥 인지라 저 햇살이 밀려오기 전에 부지런히 걸어 둬야한다.


 

 

 

 --> 이렇게 해가 고개를 들기 전까진 걷기에 너무 좋다..

 

 

 

 

 --> 무조건 노란 화살표를 따라 GO~

 

 


 

 

 

 

 

 

 

 

 --> 이 그늘 안에서 자리 깔고 휴식중..  

지나가는 사람들 한테 한번씩  '올라~'  '부엔 까미노~' 쳐주고.. ㅎㅎ
이곳이 모두 밀밭인데 봄에 왔으면 푸릇푸릇한 풍경이어서 더 좋았을꺼란 생각이 든다.
추수가 끝나니 황량하기 이를데 없다.

 

 

 

 

 

 

 

 --> 아.. 저 포도 먹고 싶었다.  그래서 친한척 했두만..  사진 보내달라신다 --;;
      빈말로라도 먹어보라고 했음 넙죽 받아 먹었을텐데..   눈치가 없으셔...

 

 


 

 

 

 

 

 

 --> 말 그대로 작렬하는 태양 아래..  걷고..  걷고..   또   걷 는 다.

사람들은 땡볕을 피해 일찍 출발해 일찍 알베르게에 도착해서 쉬는데
우리는 중간에 쉬는 시간이 많아서 이렇게 매번 땡볕 아래서 헥헥 거린다.
특히나 오늘 햇볕은 유난히 강해서 그 열기가 좀 수그러들길 기다리며 그늘에서 오래 쉬어버렸다. 
그랬더니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걸어야 하는 고역을 치뤘지뭐..       아.. 기미 걱정ㅠㅠ


 

 

 

 

 

 

 

 

 --> 밀짚에 기대어 바라본 하늘..

다시 또 오아시스 같은 그늘을 찾았다.
고생 많은 내 발..   드디어 나두 발에 물집이 잡혔다 ㅠㅠ

 

 

 

 

 

 

--> 도로끝에 드디어 마을이 보인다.    진정 사막에 오아시스라고나...

 

 

 

 



 

 

 

 --> 갈려고 했던 마을이 이렇게 코앞에 있을 줄이야..ㅠㅠ

 

 

 

 

사실.. 전 마을인 LosArcos에 머물거나 한 마을 더 가서 TorresdelRío 머물려고 했는데

머물자니 시간이 좀 이르고 더 가자니 시간도 그렇고..  너~무 힘들다.

오 늘 이 야    말 로..      최 고 로...    힘 든 거    같 은.. ㅠㅠ

5시쯤  산솔Sansol 에 도착.

지금까지 머문 알베르게 중 가장 작고 허름하다.

무엇보다 16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화장실은 하나뿐이다.

아줌마가 나름 잘 해주실려고는 하는데 기본 시설이 안돼있는걸 어떻게 하겠는가..

오면서 본 이스라엘에서 온 애랑 같이 묵게 됐는데 그냥 나랑 안 맞다.

게다가 배 고픈데 마을에 마트도,  식당도 없다.

하나 있는 bar 에는 오직 술만 팔고 저녁은 9시쯤에나 먹을수 있단다.  

bar 주인은 원래도 퇴폐미가 흘러보이는데 술에 취한건지.. 쫌 무섭다.  아니 많이.. -_-

장사를 하려는 의욕도 없어 보이고.

 

아~ 무료함이 밀려온다..

허기진 배를 슈가넛으로 채우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정체모를 건물에 딸린 작은 마당에서 그네를 탔다.

생소한 풍경을 바라보며 그네를 타니 뭐 나름 재미 났지만 

인기척 없이 조용하고 낯선 곳에서 삐걱거리는 그네를 타고 있자니..

갑 자 기    무.. 무서움이 밀려 왔다.

그래서 마을 꼭대기 성당으로 올라가 일몰을 바라 봤다.

이제 일주일째인데...

몸도 힘들고..   맘도 산란하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나의 결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좋으면 그냥 좋고.. 싫으면 그냥 싫은.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 되고 싶은데...

고요히 일몰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잡스러운 생각에 젖어드는 하루다.



-> 나중에 집에와서 가이드책을 보니

   이 마을은 순례자들을 위한 어떠한 편의시설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고하네.     몸소 확인했구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