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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갔다. 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 가는 길.. D5. Pamplona --> Puente la Reina - 24km.

9월 25일 일요일

길을 나선지 닷새째..

오전 8:12분 팜플로나 시내를 벗어 나는 중..

 

 

 

 

 --> 길 떠나는 우리.. ^^

 

 

 

 

--> 잠시 물도 마시고 물통도 채우고..  좀 쉬고..

 





아직 오전인데 자외선과의 싸움이다.
태양이 뒤로부터 떠오르기 시작해서 정오까지 왼쪽으로 내리 쬐다가 그다음부터 정면으로 내리 쬔다.
그래서 왼쪽 얼굴, 목, 팔, 다리가 집중적으로 타게 된다.

 

 

 

 

 

 

 

--> 작렬하는 태양아래  그저 지평선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무념무상으로 걷고.. 또 걷는다.

 

 


 

 

--> 마을 담벼락에 기대 앉아 쉬는 중 하늘을 보며...

 

 

 

 

까미노의 상징이 되어버린 그 유명한 페르돈 고개.  이름이 말하는대로 용서와 화해의 언덕이라고..
근데 상상했던 그림과는 좀 다르다.
힘들게 이 고개까지 올라오면 좀 뭉클하고 그런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기엔 날씨가 너무 뜨겁고 매마르다..  강한 햇빛에 감정까지 말라버렸는지....
날씨가 흐리거나 새벽. 아님 해질무렵이었으면 더 감동적인 그림이었을텐데...
이 순례자 기념비에는 '별들이 바람에 따라 흐르 길을 지나..' 라는 글이 있는데
지금 그 길을 지나고 있다.     영 광 스 럽 게..

 

 

 

 

 

 

 

 

 

 

 

 

 

 

 

 

 

 

 

헥헥거리며 겨우 Bar 에 도착.
의자에 널부러져 앉아 점심 겸 티타임을 갖는 중..    아~ 일어나기 싫다 ㅠㅠ
지금 여기 날씨는 음지 천국, 양지 지옥이다.
언제 왔는지 이 녀석이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네...
움직일 생각을 안하는데 원래 얘 테이블에 내가 잘못 앉은듯 하다.     미안~ 야옹아..

 

 

 

 

--> 이런 풍경이 지금 가장 그립다..

 

 

 

 

 

 

 --> 오늘 묵을 Puente la Reina

'왕비의 다리' 라는 뜻의 이 마을은 나바라 왕국 왕비의 후원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다리로 유명하다.

마을 안에도 알베르게가 2개 있는데 다리 건너에 알베르게가 좋다고 해서 힘든 몸을 이끌고 더 걷기로 한다.

 

 

 

 

 

 

 

 

--> 알베르게 내부. 썰렁하지만 깨끗은 하다.

 

 

4시 넘어 힘들게 Puente la Reina 알베르게 도착.

이 시간부턴 태양이 거의 정면으로 내리쬐는지라 걷는 사람들이 잘 없다.
기진맥진해 도착한 사설 알베르게.. 주인은 Bar에서 우리를 맞으며 시원한 물 한잔씩을 건네 준다.
돈 주고 물을 사먹는 이곳에서 이런일은 잘 없는데...

이 시간.  땡볕아.  이 알베르게까지 올라온 우리가 불쌍해 보였나 보다...
마을 이미지를 떠올리며 고풍스런 알베르게를 상상하고 힘들게 왔는데..
왠지 미국 서부에 있는 수용소 느낌이 난다.  침실도 그렇고..   왜들 추천한건지.. -.-
샤워후 빨래도 하고 마지막 햇살에 빨래도 널어 본다.
해질녘이 되니 이 알베르게의 진가가 들어 난다.
조용하고 한적한것이..  뻥 뚫린 시야에 별들이 쏟아 질 듯 하다.
피곤한 몸에 저녁 먹을 식욕은 생기질 않아 먹다 남은 사과랑 빵으로 간단히 때우고
야외 벤치에 앉아 땅콩에 와인잔을 기울여 본다.   이런 맛에 까미노를 걷는다니까... ㅎㅎ

이때 캐나다에 사시는 60대 우리나라 부부를 만났는데 집 떠나온지 처음으로 낯선 사람과 긴대화를 나눠 봤다.

함께 산티아고에 입성했고.. 여러모로 우리에게는 고마운 분들이었다.


그런데 은근 걱정이 밀려오네...  이러다가 살 왕창 빠지는거 아닌지..

산티아고 가는 길에..
많이 걸어서 살이 빠지는게 아니라 이렇게 못 먹어서 살이 빠지는게 아닌가 싶다.
고관절도 너무 쑤시고..  멀쩡하게 걸으려 해도 절룩거리지 않을 수 없다. ㅠㅠ
아~ 피곤...    입술에 물집도 잡히고 매일 매일이 제일 힘든 날인것 같다.

 

 

--> 여기 앉아 와인 한잔~  ^ ^

 

 

--> 스페인의 강한 햇살에 빨래를 널어야 하는데 우린 매번 알베르게에 늦게 도착하는지라 석양에 빨래를 넌다.. -.-

 

 

 

 

 

--> 다음날 아침 Puente la Reina를 떠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