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목요일..
순례 이틀째.. 6시 반쯤 알베르게 출발. 아~ 난 이런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구.. ㅠㅠ
이제 제법 낯익은 얼굴들이 생겼다.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하이~", "올라~", "봉쥬~ㄹ", "굳모닝~"을 외친다.
어찌나 다들 매너들이 좋으신지... ^^
보통 Zubiri 까지 가는데 우린 모래 빌바오행을 위해 다음 마을인 라라소냐 Larrasoaña까지 왔다.
Zubiri를 빠져나오는데 30분정도 헤매긴 했지만 다른 순례자의 도움으로 제길을 찾았다.
고마움을 듬뿍 표현하고 싶었지만 표현에 한계가 있는지라.. 살짝만 표현해 줬다.
오늘 친구랑 얘기하면서 느낀게 이쁜애들이 친절하다는거다.. 잘 생기거나..ㅎㅎ
오기전 이것저것 보다가 여자는 젊고 잘 생긴 남자한테 도움을 청하고,
남자는 젊고 예쁜 여자들한테 도움을 청하라고한 글을 보고 한참 웃었는데.. 경험한 바로 정말 진리인듯.ㅋㅋ
그래서 우린 앞으로 친절하기로 굳게 다짐했다 ㅋㅋ
이쁜애들이 인사도 잘하고 샤방샤방 미소도 자주 날려주고.. 뭐 그렇더라고...^^
물론 자주 미소를 지어서 이쁜것일수도 있다.. 어쨌든 자주 미소를 지어야지... 다짐!!
또 오늘 느낀거..
유명한 독고진 선생께서 말하셨던가..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정말 오늘 갖은 똥밭을 다 지나왔는데.. 소똥, 말똥, 염소똥, 개똥, 토끼통, 쥐똥, 뭐 기타 등등..
냄새가 구수하더라..
시골집 주차장에 레인지로버, 아우디 같은차가 떠억하니 자리잡고
사람과 자연, 동물들이 잘 어울려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살만한 환경이니까 동물들도 있는거고 똥도 있는거고... 척박한 곳이라면 동.식물도 없고 똥도 없다.
오늘 똥밭을 굴러보니 새삼 이승이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ㅎㅎ
--> 넌 뭐니..? 하는 저 표정은..?
--> 쥬비리에서 많이들 묵지만 우린 빌바오를 위해 다음 마을까지 가기로 한다.. 힘들어.. ㅠㅠㅠ
--> 다리를 건너 왼쪽이 라라소냐 알베르게.
좀 무리해서 라라소냐까지 왔는데 여기 알베르게는 쫌 아니다. 특히나 샤워실.
잠자리는 나빠도 침낭 안에 들어가서 자면 참을만 한데..
샤워실은 시설이 안좋거나 지저분하면 불편할뿐만 아니라 사용하기 조차 싫어진다.
샤워 후 대충 빨래를 해서 널어 놓구 오늘도 어김없이 우린 순례자 메뉴를 찾았다.
본의 아니게 이태리 애들 4명이랑 같이 먹는데.. 어찌나 어색한지.. -.-
말하고나서 동문서답한게 아닌가 싶어 신경 쓰였다. 아.. 아줌마들이 편한데..ㅠㅠ
선택 메뉴중 파스타와 스테이크,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와인과 함께.
배고픈 마음에 저렇게 시켰더니만 몸이 힘들어선지 입맛이 싹 가셨다. 이런일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데..
일단 양도 너무 많고.. 메뉴 선택도 잘못했다. 우리나라 머슴밥처럼 순례자 메뉴는 양이 무지 많다.
옆에 샐러드 주문한 사람을 보니 급 후회가 됐다. 샐러드 시킬껄.. ㅠㅠ 이후 우린 매번 샐러드는 기본으로 시키게 됐다.
정말 음식이 안.넘.어 간다.. ㅠㅠ
결국 반이상을 남기게 됐는데 옆사람 보기 좀 미안할 정도였다...
그리고 오늘 김여사표 목장갑을 잃어 버렸드랬다.
사실 잃어버린지도 몰랐고.. 알았어도 쓰다 버릴려고 갖고 온거라 찾을 생각도 안했을꺼다.
그런데 소공녀에 나올듯한 외모의 소녀가 다리 위에 내 장갑이 있다고 알려줬다. 아~~ 감동.. 근데 어떻게 내껀지 알았지?
사진에 있는 저 다리로 갔더니만 누군가 장갑을 이쁘게 포게서 날리지 말라고 돌맹이까지 엊어 놨드라고.
그 모습이 너무 이뻤는데 안타깝게도 카메라를 두고가서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다.
돌다리 위에 돌맹이가 엊혀진 목장갑이라...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그 마음이 참 이쁘다.. 감동이다.
후에 난 수~없이 장갑을 잃어 버리고 또 수없이 찾았다.
그리고 집에까지 무사히 가지고 왔다. 감사.. 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