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수요일.
6시 반에 알베르게 출발..
좁은데 복닥거리기 싫어서 엄청 서둘러 나왔다고나.
어제 저녁부터 영양가 있는 음식을 못먹어서.. 아니 음식 자체를 못 먹어 새벽부터 허기가 진다.
그나마 멋진 경치가 허기와 고관절의 통증을 완화해 주는 듯하다.
아~ 왜 처음 까미노를 걸을 때의 설레임이 없는걸까.. 새로움도 없고..
이제 이 길이 일상이 되어 버려서일까..
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인거 같고
사람들도 다 거기서 거기에다가 이상한 사람들의 유형도 비슷하고..
나의 호불호 또한 여전하다..
아.. 땡볕에 한참을 더 굴러야 할까보다..
--> 어제 왔어야 했던 마을에 이른 새벽 입성.
--> 여명이 밝아 오고 있다.
--> 다시 봐도 참 멋진 길이다..
--> 스페인에 와서 놀란것이 있다면 공공 디자인이 상당히 잘 되어 있다는거다.
시골 마을 안내판 하나하나 어찌나 고급스럽게 잘 돼있는지..
이건 폐허가된 성당 건물을 소개해 놓은건데 이마저도 참 멋지다.
부서진 건물 잔해와 너무 잘 어울리는 부식된 금속 팻말.
--> 학교랑 유치원이 붙어 있나보다.. 애들도 이쁘고.. 옷도 이쁘고..
왼쪽 애는 시네마 천국에 나오는 토토 같다ㅎㅎ.
중간에 애는 넘 순수해 보이고..
오른쪽 애는 벌써부터 사회에 불만이 많나 보다. 우리한테 돌 던질려고 폼 잡는다.
--> 마을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의 상징인 조가비 모양이 있는데 로그로뇨에는 이런 디자인이다... 좋~네..
또 스페인에서의 특징은 천연재질을 많이 사용한다는거. 돌, 대리석, 금속, 나무..
그래서인지 심플한 디자인임에도 모두 고급스럽다.
사실 이런거 쓰기가 비싸서 쉽지 않음에도 얘네는 자원이 많아선지 화학재료를 사용한걸 못 봤다. 아직...
그리고 간판으로 천연목재도 많이 사용하던데.. 오길 정말 잘한거 같다.
--> 멀~리서 부터 저 터널의 그늘만을 응시하며 땡볕을 부~지런히 걸어 왔다.
저 그늘에서 버프랑 모자도 좀 벗고 여유있게 친구를 기다림.
--> 드디어 로그로뇨 입성.
고관절 통증으로 멀쩡하게 걸을수가 없다. 절룩거리며 여기까지.. ㅠㅠ
--> 위에서도 말했듯 멋진 간판 ^^
--> 과일과게.. 위에 달린 저울도 넘 이쁘다^^
--> 마늘이 정말 마늘같이 생겨서 어찌나 이쁜지ㅎㅎ
저녁으로 면에 양념만 살짝 발린듯한 형편없는 파스타임에도 맛있게 먹어주고.. 드디어 입맛이 돌아온건가??
순례자의 신분으로 쇼핑에.. 시내 구경. 가져간 인터넷폰이 간만에 터져 집에 전화도 했다.
그리고 성당에서 미사로 하루를 마무리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