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일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구 출발..
폭신폭신 오솔길이 참 좋다.
--> 솔방울로 써 놓은 'STILL MISSING YOU BUT IT'S EASIER NOW'
한참을 추리하다 결국 끼워 맞춘 문장.
우린 기운이 남아 돌아?! 이 글을 보고 이런 저런 소설을 쓰다가.. 몇걸음 더 가서 있는 '화이팅!' 을 보고
소설의 정점을 찍었다.
몇번 인사만 나누곤하는 검정색 옷을 입은 우리나라 여자애가 있는데 오늘도 보이는거다.
간격이 더 넓어지지도 않고 또 좁혀지지도 않게 형태만 알아볼 수 있는 거리에서..
보통 혼자 오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려서 같이 다니곤 하는데 유독 이 사람은 혼자서만 다니더라고..
그래서 처음엔 일본사람인줄 알았드랬다.
긴머리에 검은색 옷.. 말도 없고.. 왠지 사연있어 보이는... 뭐.. 그런.
암튼 우리의 소설은 그 여자애가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그 아픔을 달래기 위해 산티아고로 가는거다.. 이거지..
위에 써 놓은 내용도 그렇고.. 화이팅이라고 스스로를 다잡는거 하고...
왠지 오지랖에 좀 다가가줘야 할꺼 같아서 빠른 걸음으로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근데 아무리 빨리 가도 간격이 좁혀지질 않네..
결국 다가가는걸 포기했다.
일부러 사람들을 피하는가 보다.. 하고 멋대로 생각하면서...
잠시후..
우리의 과대망상증이 드러났다.
다음 마을 Bar에서 화이팅이라고 써놓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났거든.. --; 우리가 그렇지뭐...-.-
--> 며칠후 어떤 외국인 아줌마가 이'화이팅!' 을 찍은 사진을 보여 주면서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ㅋㅋ
이정도야 뭐.. 친절히 가르쳐 드렸쥐~ ^^
--> 이런 길이 그리워져 온다.. ㅠㅠ
--> 해바라기 밭인데 아쉽게도 이미 다 시들어 버렸다..
--> SanJuan de Ortega 성당에서.. 고해성사 보는 곳.
--> 참 아기자기 하기도 하지..
여긴 Ages란 곳이고 산티아고까지 518km 남았다고..
--> Atapuerca 도착.
세계 3대 선사시대 유적지가 있는 곳으로 나름 유명. 관광지라선지 이쁜 까페, 식당들도 많다.
마을을 둘러보며 좋다고 연발을 하다가 좀 더 좋은 알베르게를 구하기 위해 좀 더 걸어보기로 한다.
보통 좋은 알베르게가 마을 초입부분에 있기도 하고 끝부분에 있기도 한데.. 뭐 복불복이다.
이따 저녁 먹으러 나와야지 하면서 좋아 보이는 식당 몇개를 찜해본다.
--> 시골마을임에도 멋진 까페들에 감탄이 나온다..
--> 순례자들을 위한 안내센터..
이 발바닥 만으로도 많은것을 얘기해 주는듯 하다.
--> 어제 써놨던 엽서들..
예전에 여행에서 엽서를 보내 보니 내가 기억이 안나드라고..
받는 사람한텐 추억이 돼도 나한텐 남는게 없어서 이번엔 이렇게 인증샷을 찍은 후 우체통에 넣곤 했다.
알베르게를 찾아 걷다보니.. 어라~ 거의 마을을 벗어나네..
아니..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되돌아 갈수는 없어서 일단 계속 걸었다.
--> 군사 지역을 지나... 우리나라에서도 보기드문...
--> 돌밭을 지나... 하필 발 물집이 최고일때 ㅠㅠ
--> 십자가 언덕까지 올라 왔다..
마을은 안보이는데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하나??
--> 걷다보니 결국 산꼭대기까지 와버렸다. 오른쪽 팻말에 Olmos 라고 보인다..
OTL.. ㅠㅠ 잘못하면 올모스로 가게 된다는 출력물을 손에 쥐고서도 이곳으로 와 버렸다..
그 다음 마을은 알베르게가 없고 되돌아 갈수는 더욱 없고 해는 저물어 오고..ㅠㅠ 어쩔수 없이 올모스로 갔다.
30분도 안걸리는 거리라고 했는데 한시간은 훨씬 넘게 걸려서 올모스 숙소에 도착.
무슨 보이스카웃 같은 애들이 알베르게 앞에 잔뜩있다.
관리자는 따로 없고 열쇠는 동네 Bar 여주인이 갖고 있었다.
주인이 뭔가 적는걸 보니 최근에 이 숙소를 이용한 사람들이 전혀 없다. o_o
우린 열쇠를 받아 들고 불안한 마음으로 알베르게로 돌아 오긴했는데..
ㅠㅠ
3층 건물에 사람이 딸랑 우리 둘이다. -.-관리인도 없고.. 최근에 사람이 다녀간 흔적도 없고...ㅠㅠ
이런 난감한 상황에 동네애들은 장난치고 웃고..
우리한테 공 던지고, 쫒아왔다가 돌아보면 도망치고, 지들끼리 난리도 아니다.
시골동네에서 동양사람을 처음 봐서 그런가.. 애들이 순진한것 같기도 하고..
애들이 계속 밖에서 구경한다.. 뭐야.. --;
애들을 대충 쫒아 내고 씻고.. 밖으로 나왔다.
현관문은 제대로 잠길것 같지도 않고.. 어찌 이 밤을 보낼지 걱정이다.
아무도 없는데 침대는 왜 그리 또 많어... 더 무섭게..
배고픈데 동네에 슈퍼도 없고.. 먹을데는 bar 밖에 없는데 거긴 술이랑 아주 간단한 것들만 판다.
아까 그 분위기 좋은 식당들을 두고 왠 고생이람.. ㅠㅠ 이렇게 잘못오면 쫄쫄 굶는 수가 있다.
bar 에 있다가 추워서 숙소로 돌아왔다.
근데.. 왠...?? 문이 안.열.린.다.
열쇠도 우리 짐도 모두 건물 안에 있는데 이게 뭔일이냐고..
고장이 아닐까 했던 문은 너무나 견고하게 성능이 좋은 문이었다.
도움을 청할데도 없고.. 힘으로도 안되고.. 부술려고 해도 꿈쩍도 안한다.
어찌한다.. 날도 저물고.. 춥고.. 배도 고프고.. 암것도 없는데..
지금까지 최고의 난관에 봉착했다. ㅠㅠㅠ
--> 나름 멋있는 알베르게다..
색상도 잘 써서 세련됐고.. 금속과 목재, 돌로 지어진 내.외장재도 나름 고급스럽다.
벽난로에.. 시설.. 운치까지.. 나무랄데는 없다.
단지.. 사람의 흔적이 없을 뿐.. ㅠㅠ
여러 사람들이랑 왔음 무섭지 않고 너무 좋았을 텐데...
--> bar에서 돌아와 어떻게 하나.. 하고 넋 놓고 있다가
혹시나 해서 위에 창문 창살 사이로 머리를 넣어 봤다.. 들어 간다.
그래도 무서워서 얼른 뺐다.
그러고 또 둘이 넋 놓고 있다가 도저히 안돼서 다시 머리를 넣어 봤다.
어깨도 넣어 봤다.. 들 어 간 다.
어깨가 들어가니 몸통도 들어가고 골반까지...
그.렇.게 해서 어렵게 실내로 들어가게 됐고.. 졸지에 난 통아줌마가 돼버렸다 ㅠㅠ
어쨌든.. 감사할 일이다.. 아~ 이 스릴...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한다.
윗층은 무서워서 계속 1층 식당에 있었는데 도저히 못 올라갈것 같다..
난 1층 식당 테이블에 침낭깔고 자고 싶었다.
몇번 얘길 했지만 친구는 올라가서 자자구 한다.
올라 갔다.. 무.섭.다 ㅠㅠ
친구는 잘 준비하는데 난 도저히 잠이 올것 같지 않다. 사실 얘기는 안했지만 친구 옆에서 자고 싶었다 ㅠㅠ
어쨌든 불 켜놓구.. 음악 틀어 놓구..
그렇게 자는둥 마는둥 하면서 길고.. 스릴있는 밤을 보냈다.
--> 이 창살 사이를 통과 했다는 거지.. 아~우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