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월요일.
자는둥 마는둥 밤을 보내고 알베르게 열쇠를 현관 윗쪽에 숨겨놓고 일찍 나왔다.
--> 일출
--> 그 동안은 시들어 버린 해바라기만 봤었는데 이 곳은 아직 활짝 피어 있다.
이른 아침이라 다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노란 해바라기를 볼 수 있어 다행이다. ^^
--> 큰도시인 Burgos로 입성 중.
--> 부르고스 대성당. 스페인 3대 성당이라고...
--> 부르고스 성당 내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었는데 성당 내부에서만 150장 정도의 사진을 찍었다.
이후에도 너무나 많은 성당을 봐선지..
정작 세비아나 톨레도 같은 더 큰 성당에선 별로 찍지도 않았고 대충 보게 되더라구...
--> 알베르게 엘리베이터. 호텔 엘리베이터 뺨 치는데 이런곳이 4유로다. ㅎㅎㅎ 감동감동..
우측 사진은 신발장.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보다 훌륭한 시설은 못 봤다.
아래 사진은 휴게실로 오른쪽 위는 세탁실, 아래는 주방이다.
공립 알베르게인지라 퇴실, 취침, 기상 시간이 정확한데..
어제 늦게 빨래를 하느라 불을 다 꺼버리는 바람에 아침에야 빨래를 꺼낼 수 있었다.
그래서 거의 마지막에 퇴실하면서 사진까지 찍느라 꾸물거리고 있는데
직원분이 사진에는 관대한지 맘껏 찍으라고 방향까지 잡아 주신다.. ^___^
--> 로비에 있는 일러스트.. 중간에 한글도 있다 ^^
--> 알베르게 외부. 성북동 갤러리 분위기다.
오전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고 오후부터 알베르게로 사용된다.
그래선지 우리가 나오는데 학생들이 잔뜩 건물로 들어가더라구..
--> 9시반 오전 미사까지 한시간 정도 남아 까페에서 아침겸 커피타임을 가져본다.
친구가 어제 뜬금없이 노홍철이 꿈에 나왔단다.. ' 노사기'의 컨셉인지 '노긍정 신'의 강림인지..
무슨 의미일까 서로 한참을 생각해본 결과..
나한텐 '노사기' , 친구한텐 '노긍정 신'이 강림한거다.
간만에 인터넷 전화가 터진지라 집에 전화를 했고..
난 입에 침도 안바르고 성당을 바라보며 엄마한테 거짓말을 했다.
스페인에 출장 왔다고.. -.-
원래 부모님 모르게 온거고 끝까지 모르게 할려고 했는데
외사촌 여동생한테 얘기한 것이 그 남동생한테 전해지고.. 외가 행사에 갔다가 엄마가 전해 들은거다.
1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외사촌 동생덕에.. 어째 집 떠나온지 20일 만에 들켜버렸네.. ㅡㅡ;;
집에 갈려면 아직 한달 반은 남았는데 곧 간다고 엄마한테 말했다..
아주 능숙하게 엄마를 속였는데... 노사기의 힘인가!! ㅡ ㅡ;;
그리고 어제 한참 성당을 둘러보는데 친구가 급히 먼저 나가겠다고 했다.
다 둘러보고 나오니 친구가 팔을 들이미는데 붉은 반점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그저께 밤에 간지러웠다더니 호텔 알베르게에서 베드벅에 물린거다.
어쩌.. 이건 보통일이 아닌데..ㅠㅠ
갑자기 찬물을 확 끼엊은것 같다.
약국가서 약을 사고, 새옷도 하나 장만해서 샤워 후에 싹 갈아입고 지금까지 입던 옷은 모조리 빨았다.
이렇게해서 해결이 되면 다행인데.. 그나저나 어제 나랑 옷도 같이 빨았는데 나는 괜찮을지..
나까지 그러면 일이 엄청 커지는데.. ㅠㅠ
급우울해진 친구에게 지금 필요한건.. 노긍정 신!!
이래서 친구 꿈에 노홍철이 등장한건가 보다.. ㅎㅎㅎ
아~ 무도 보고 싶다 ㅠㅠ
--> 아침세트. 커피에 오렌지쥬스, 크로와상.
절대적으로 부족한 양이지만 맛은 항상 그렇듯.. G O O D ㅎㅎ
--> 우체국 앞 횡단보도.
저렇게 바닥에도 불이 들어와 나를 놀라게 함. 와~우
--> 약국. 이것저것 나름 많이 보고 살았지만 스페인 중소도시에 와서 너무 많이 감탄한다.
약국 인테리어가 왜 이렇게 좋은거야..
어제 여기 와서 먹고 바르는 약을 사고 뿌려서 베드벅을 죽이거나 쫒는 스프레이도 사고 싶었는데
약사가 그런건 애완견 샵에 가야된다고 하네.. 그러고는 지도에 위치까지 표시해줬는데 거기까지는 안갔다.
--> 저녁 미사를 보고 밥을 먹기 위해 성당 앞 광장으로 나왔다
식당은 많았지만 딱히 들어가고 싶은 곳은 좀처럼 나타나질 않았다. 배고픈데.. --;;
그나마 분위기가 괜찮아 보여 들어간 곳에서 어김없이 순례자 메뉴를 시켰다... 아~ 맛있다.ㅎㅎ
12유로에 와인도 한병 기본으로 나와 주시고..^^
옆에 순례자인듯한 아저씨(할아버지)가 혼자 식사하고 계셨는데 혹시나 말 시킬까봐 눈길을 피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말을 시키시네.. 길게 대답을 해줘야하는 말이어서 다행이었다.
아저씨가 자기는 혼자와서 와인이 한잔만 나왔는데 우리는 두명이어서 한병 나왔다고 부러워 하신다..ㅎㅎ
어차피 우린 다 못 마시는지라 한잔 드릴 수도 있는데 그냥 가만 있었다. 얘기가 길어질까봐서.. --;;
그렇게 아저씨는 나가시고 또 다른 손님들이 옆 테이블에 앉았다.
7.80대의 할머니와 중년의 부부. 미구엘 아저씨와 와이프, 장모님
식사를 기다리며 아저씨가 스케치북에 뭔가를 그리시길레...
우리는 눈에 하트를 켜고 힐끗힐끗 봤다.
그러다 얘기를 하게 됐는데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아저씨는 파일럿이어서 한국을 몇번 와봤다고..
그리고 지금은 그림을 그리며 지내신다고 한다.
아~ 너무나 이상적이고 멋진 노년의 모습이었다.
우리가 저렴한 영어로 갖은 멋지다는 표현들을 하니 스케치북까지 직접 보여 주신다.
바다와 자연물 위주의 스케치와 수채화들은 순수한 느낌이 나는 그런 그림들이었다.
그리고 여행을 다니며 스케치북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그 자체가 너무도 멋지고 부러웠다.
와인 한잔에 얼굴 벌겋게 해서 -.- 부럽다고.. 닮고 싶다고 하니...
한장 찢어서 선물로 주신다.. 와~우 완전 좋음.. 완전 감동... *^_____^*
꽃에 대해 이거저것 설명도 해주시는데.. -.- 암튼 너무 이쁜 그림이다.
깨끗, 순수, 풋풋해 보이는.... ^ ^
맛난 음식에.. 맛난 와인에.. 멋진 그림 선물까지..
아~ ^ ^ 흐뭇하고 감사한 하루다.
그나저나 친구 베드벅 물린 곳이 더 이상 번지지 않아야 할텐데...
ps. 나중에 미구엘 아저씨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각지와 룩셈부르그, 더블린.. 등 유럽 여러곳에서 전시도 많이 하셨더라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파일럿이라고 해서 비행기 조정사인줄 알았는데 항해사셨다.
어쩐지 바다 관련 그림이 많다고 했더니만.. ㅡㅡ;;
정말이지 스케치북을 들고 여행 다니는 사람들 너무 부럽다.
http://www.miguelcamare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