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1. 화요일.
오늘도 황새님들 덕분에 이른 아침에 출발.
--> 아름다움의 발견.
바닥을 보여 걷다가 돌맹이 그림자를 보면서 김창열 작가의 물방울 그림이 생각났다.
사람이 고독해지니 사물에 관심을 갖게 되고.. 관심을 가지니 그 사물을 자세히 보게 되고..
자세히 보니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을 봐선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햇살을 받아서 여러 색상들이 나오고
돌맹이들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그림자들까지 나와 멋있었다. 나름..
--> 또 올것이 왔다.
모자를 잃어 버렸네... ㅡㅡ;;
물건을 잘 잃어 버리는데 특히나 여행 동안은 아침 저녁으로 짐을 싸고 풀고 하다보니 물건을 놓치기가 쉽다. 나만 그런가?? ㅠ
그래서 아침에 숙소를 출발하면서 꼭 출석 체크를 한다.
1. 카메라 2. 모자 3. 스틱 4. 버프 5. 장갑
이렇게 중요도 순으로 꼭 이름을 불러주고 확인을 한 다음 출발한다.
그런데 오늘은 막연히 모자가 배낭 안에 있으리라 생각하고 해가 떠서 모자를 쓸려고 보니 없네..
ㅠㅠ 아... 내가 얼마나 아끼는데.. ㅠㅠ
까미노에서 모자는 저~얼대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이다.
그리고 디자인도 완전 마음에 들어서 이것을 대체할만한 모자는 없는데...ㅠㅠ
모 자 ~~~ ㅠㅠ
--> 지나가던 자동차 수리점? 정비소?? 뭐 그런 비슷한 곳에서 본 작품들.
폐플락스틱을 녹여서 만든 작품이더라.. 이런 장소에 이런 작품들이 있는게 낯설다.
--> 오늘도 일찍 나서고.. 황새님들을 따라 부지런히 걸었더니만 빨리 레온에 도착했다. 10시 25분.
레온 시내로 들어서기전 bar에서 커피한잔...
--> 지나가다 쇼윈도우에서. 귀엽다 틴틴..^^
영화 틴틴 개봉때라 여행 내내 스페인, 포루투갈에서 포스터며 홍보물들을 엄청 많이 봤드랬다.
--> 얼마만에 와보는 대도시인가!!
이쁜것도 많고.. 완전 눈 돌아간다...ㅋㅋㅋ
노천까페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있자니 아는 사람들을 잔뜩 만났다.
어찌어찌 얘기하다보니 독일인지 프랑스 애가 내 모자를 주워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맡겨놨다고 한다.
그리고 모자를 받은 사람은 이곳 베네딕트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에 묵고 있다고...
그 래.. 까미노는 이런곳이다. ㅎㅎㅎ
우리는 레온을 좀 더 둘러볼 예정이고 아저씨들은 바로 출발하신다기에 다음 마을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이틀씩 더 머물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성당 박물관만 둘러보고 4, 5시쯤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성당 박물관이 오전 관람이 끝나고 4시반에 문을 연다고 하네.. 이건 또 무슨 경우 --;;
그 시간에 관람을 하고나면 시간이 너무 늦어져 레온을 출발하긴 힘들것 같은데...
다음 마을에서 만나기로한 아저씨들도 마음에 걸리고... 그럼에도 어쩔수 없이 레온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사람들한테 곧 레온을 떠날거라고.. 다음에 보자고.. 실컷 작별인사까지 하고서는 알베르게에서 또 만났다...ㅋㅋ
그리고 모자도 찾고..
어제 묵은 알베르게에 내가 떨어뜨리고 간것을 프랑스 여자애가 주워서
미사때 간혹 보곤했던 우리나라 아줌마 일행에게 맡긴거다.
어째 모자 주인이 한국사람인건 알았지??? 아~ 정말 감사의 마음이 절로 우러 난다. ㅠ
꼭 필요한건 이렇게 되돌려 주시네.. 카메라 처럼..
--> 레온 대성당.
스테인글라스가 유명하다는데 많은 성당들을 봤던지라 특별히 더 좋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성당앞에 있는데 어떤 관광객 같은 할머니가 다가 오시더니 사진 좀 같이 찍자고 하신다.
왜~ ? WHY~ ??
우리가 너무 거지 같아서 그러신건지... 아님 순례자 느낌이 나서?? 아님 멋있어서?? 이뻐서??
멀쩡하게 생긴 모델 같은 남자 순례자들도 많은데 굳이.. 특이한 취향이신가 보다..
암튼 이유가 무지 궁금했지만 이런 궁금함을 속으로 삭혔다... 길게 말을 할 상황이 아닌지라..
부디 사진이라도 멀쩡하게 나왔어야 할텐데... 손주들이 손가락질 할 정도면 안되잖우..
--> 약국. 친구가 아직도 베드벅에 시달리는지라 약국에 먼저 들렀다.
부르고스에서도 이런 약국을 보긴 했지만 여기는 완전 호텔 로비 같다.
이거 원~ 약국 투어도 아니고... 근데 재미나다.. ㅎㅎㅎ
--> 이곳에선 대부분 약국에 저울이 있는데 동전을 넣고 하는거라 배낭무게가 궁금해도 이용하지는 않았었다.
근데 여긴 분위기도 좋으면서 이렇게 멋있는 저울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놨다.
일단 가방을 메고 올라가 보니... 허 걱 !!!
가방이 20kg 정도 하는거지?? 아무렴... ㅎㅎㅎ ㅡㅡ;; ㅠㅠㅠㅠㅠ ㅜㅜ
귀국할때까지 체중은 더 늘어 났다는.. -_-
--> 대성당 앞에서 모자를 찾아준 프랑스애를 만났다.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만났다.. 진짜 궁금하네.. 어떻게 만났지?
모자쓴걸 보구 얘가 먼저 아는척 했나?? 가물가물하네..
어쨌든 손을 덥석 잡고 무지 감사를 표했다.
뭐라도 답례를 하고 싶은데 오늘도 우리나라 국립미술관에서 사온 기념연필은 알베르게에 두고 왔다. ㅡㅡ;;
왜 갖고 왔냐고.. 필요할때 못쓰는걸.. ㅠㅠ
그래서 갖고있던 과자라도 줄려고 했더니만 한사코 안 받네.. 오히려 자기가 기쁘다고..
사진도 얘가 먼저 찍자고해서 찍긴 했는데.. -.- 잘 안나왔음에도 지들끼리는 멋있다고 난리다 --;;
얘네 무리가 좀 재밌는데.. 정말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인것 같다. 프랑스 교육 탓인가??
같은 일행 중에 키아누 리브스를 닮은 애는 우리나라 애들 사이에서 그렇게 통하더라고.. 우리도 그렇게 생각했는데..ㅋㅋ
성당 안에서 大 큰대자로 한참을 누워서 성당 천장을 감상하고 있더니만
얘도 이렇게 말괄량이처럼 행동하네.. ㅋㅋㅋ
안타깝게도 이메일 주소도 못 물어보고 이름조차 못 물어본게 너무 아쉽다..
어째 매번 버스 지나가고 나서 손 흔드는 격이니... 그 당시엔 왜 그런 생각들이 안나는지..
--> 유명하다는 레온 대성당 스테인글라스. 오히려 옆에 조각들이 더 멋있다.
--> 가우디가 설계한 카사 데 로스 보티네스.
처음에 건물 보고는 가우디 스타일이 아닌것 같다고 했는데 부분부분들을 보니 가우디 스타일이 보이더라고.
요즘은 은행 건물로 쓰인다.
--> 가우디 동상
--> 거리 쇼윈도우에서..
뭔 콩을 이렇게 예쁜데 담아서 파나?? 한 포대 사고 싶다 ㅋㅋ
아래 쵸콜릿도 사고 싶고.. 아~ 지름신이여~~ ㅠ
저녁에 베네딕트 수녀원에서 순례자들을 위한 특별 미사가 있어 참석했다.
이번에도 우리만 늦었다. 어딘지 몰라서 또 한참 헤맸거든.. 문도 잠궈놔서 두드려서 겨우 들어갔다.
암것도 모르고 갔다가 이렇게라도 참석하는게 어딘가.. 그저 감사할뿐. ^_^
넓은 홀에 4,50명정도?? 묵는 알베르게였는데 내 밑에 침대 쓰던 이쁜이.. 어찌나 친절한지.. ㅎㅎㅎ
...
다음날 아침.
난리가 났다. 친구가 또 베드벅에 물렸는지 눈이 밤탱이가 됐다.
어쩐다냐.. 그래서 다시 일정을 수정해서 병원에 먼저 가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이 레온의 무슨 성인 기념일이라서 모든 상점이며 관공서들이 휴일이다 ㅠㅠ
정말 가는날이 장날이로군..
호스피탈레로에게 물어서 오늘 문여는 병원을 알아보고 그곳으로 출발.
건물도 병원 같지 않아서 아닌가보다 하고 지나칠려고 하는데 경비 아저씨가 역으로 우리한테 물어본다.
무슨 일이냐고.. 그러고는 친절히 이것저것 가르쳐 주시면서 수월하게 진료를 볼 수 있게 해 주셨다.
우리나라도 처음 종합병원 같은데 가면 얼마나 헤매나.. 그런데 여기선 오히려 수월하네..
병원에서는 특별히 주사나 이런건 없구 약 처방만 해줬다.
아니.. 무슨 21세기에 그것도 못사는 나라도 아닌데 이렇게 빈대가 득실 되냐고..
근데 또 복지는 얼마나 잘 돼 있는지.. 무료로 진료를 봤다. 밉다가 곱다가 하는 스페인ㅋㅋ
아래 사진이 병원.
--> 병원을 다녀오니 이제 허기가 밀려온다.
그 와중에 눈에 화~악 들어오는 츄러스 집.
사람들도 많은거 보니 맛집인가 보다. ㅎㅎㅎ
그런데 친절한 주인 아줌마. 공짜로 츄러스를 한봉투 주시네.. 아~싸.. ㅋㅋㅋ
왜 주셨을까? 그냥 순례자라서??
이렇게 모든 길에서 순례자들에 대한 배려심들이 넘쳐 난다.
이 길을 걸으면서는 정말 내가 존중 받고 있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못 느끼는..
고마워요 아줌마~~~ 입소문 많이 내드릴께요 ^________^
--> 지금까지 먹어본 츄러스 중 제~일 맛있었다. 절대 공짜여서가 아니구..
나중엔 양이 너무 아쉽더라.. 그냥 돈주고서라도 많이 살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문을 연 약국을 찾아 신시가까지 갔다.
스페인와서 성당 다음으로 많이 간곳이 약국이 아닌가 싶다. -_-;
그리고 친구 컨디션도 안 좋고 시간도 많이 허비해서 Astorga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한다.
드뎌 버스 타는거야?? ㅋㅋㅋ
--> 신시가로 가는길..
이 길에서 우리나라 수녀님을 뵈었다. 얼굴이 완전 수녀님이라고 써져 있었다.ㅋㅋ
스페인어를 배우러 오셨다고 하는데 잠깐이었지만 너무 반가웠고.. 친구 건강을 많이 걱정해 주셨다.
수녀님들은 다 그냥 편하고 좋다..^^ 훈녀들로 면접봐서 뽑는것도 아닐텐데.. ㅋㅋ
--> 안녕 레온~